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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출근길



"와, 이제 봄이네. 안 춥네."


엊그제 이렇게 말하던 남편이 어제부터 골골대더니만 아침께 최악의 컨디션을 맞이했다.

늦은 밤까지 뒤척이는 사이에 그저께 침투했던 감기 바이러스가 이때다 싶어 남편의 몸을 장악했나보다.

웬만해선 아픈 티 안내려고 하는 고집쟁이가 끙끙 소리를 연신 낸다.  씻고 나와선 젖은 머리를 나보고 말려달라고까지 한다.

사뭇 상태가 심각해보여 병원엘 들렀다가 출근하는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남편은 출근 도장부터 찍고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결국 지하철역까지만 데려다 달라는 남편의 요구 대신 출근길을 오롯이 함께 하기로 했다.


직장 다니던 시절에도 해보지 않은 출근시간 운전을 오늘 처음 시도했다. 

예상대로 꽉 막힌 구간을 몇 지나야했고 남편은 어느새 코를 골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앞에 대기신호를 받고 서니 두 무리의 직장인들이 양쪽에서 교차하며 길을 건넌다. 

그 표정과 잰걸음만 봐도 늦겨울의 차가운 느낌이 전해진다. 그런 모습을 참 오랜만에 가까이서 보았다.

다들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모습이 눈에 익다. 예전의 나와 내 동료들이 떠오른다.


몇 해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출근 스트레스'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후 이어진 프리랜서의 일은 출근의 자유로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사회성의 충족을 앗아갔다. 일이 끝난 후 한 잔 하고 싶을 때, 일에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그 대상의 모호함은 나 혼자서 해결해야만했다. 다 좋을 수는 없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직장인 무리들을 보고 있으니 고민이 많았던 옛 시절이 머리속으로 지나가면서 반갑기도 하고 그립기도 했다. 눈치보기와 매너리즘이 직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며, 인생 전반이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숙제인 것을 그때 알았다면 나도 아직 저렇게 출근을 하고 있을까? 모를 일이지. 매일 아침 일정시간에 몸을 움직여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새삼 그들과 그 중 하나인 남편이 존경스러워진다.


"거의 다 왔어."


남편은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내릴 채비를 했다. 

입맞춤으로 고마움을 알리고는 차에서 내려 저 멀리 회사 건물 입구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리고 돌아온 집, 프리랜서의 하루도 시작이다.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에게도, 그리고 지금 이 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오늘을 살아내려는 직장인들에게도 모두 힘내라고 이야기해주고픈 오늘 아침이다. 


힘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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