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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해외] 아시아

[푸켓 2012] 숟가락 여행

틈틈이 지난 여행기들을 풀어보려한다. 퍼뜩 떠오르는 여행지는 작년 초에 다녀온 푸켓인데, 아마 타이 후유증일는지도 모르겠다.





이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조금 독특한데,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개발사의 워크샵에 내가 따라간 것이다. 오지랖도 그런 오지랖은 없겠다 하겠지만 석달동안 동고동락하느라 정도 든데다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회사측에서 고맙게도 먼저 제안을 해주신 덕분에. 처음에는 주뼛하다가 숟가락 하나 얹었다. 그래서 '숟가락 여행' ㅋㅋ


그러나 이 여행에서 나는 기대보다 더 잘 놀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마음 편하게 휴식하고 돌아왔다. 일행중 나 빼고 단 두명 뿐인 여직원들은 큰 방을 함께 쓰기로 하고 내게 방 하나를 내주었는데, 처음 경험한 풀빌라에서 떡하니 독방까지 쓰게 되다니! 편안한 휴식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그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우리가 묵은 곳은 '시암 풀빌라'였는데 3박 5일 패키지 일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마사지나 섬투어, 시가지 관광 등 정해진 일정을 제외하고는 정말 자유시간을 즐겼다. 느지막이 일어나 방문을 열면 바로 앞 풀장의 수면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뛰어들지 않을 수 없지. 그런 다음 빌라에서 차려주는 음식으로 배를 불린 후 침대 위에 엎어져 음악을 들으며 이것저것 끄적이거나 빌라 주변을 거닌다. 완벽한 한량 놀음! 그때 쓴 메모들을 읽어보니 연애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듯하나..거기 언급된 남자와는 두번다시 만날일이...


사족이지만, 여직원 두 명중 한 명은 사내 커플로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말하자면 옆방 쓰는 총각과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그들은 여행 마지막날에서야 그 사실을 공식화했고 어르신들은 미리 이야기를 했으면 방을 따로 주었을터인데. 쯧쯧하며 혀를 찼더랬다. 여행 내내 이런 구도의 농짓거리도 참 즐거웠는데. ㅋㅋ 나도 나이 먹는갑다.-_-















마지막날 오후에는 1인1주제로 프리젠테이션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동공을 풀어열고 놀던 사람들이 눈에서 다 같이 광선을 내뿜었다. 캐주얼과 프로페셔널을 넘나드는 워크샵이 아닐 수 없었다. 나도 준비해간 자료로 디자인에 관한 짧막한 PT를 했는데 미처 예상치 못한 어르신들이 열렬히 호응해주셔서 좋은 분위기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 공간에 있지만 그들과 나는 '적'이 다른 사람들이었기에,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한 바가 많았고, 또 '객'으로 함께하는 즐거움 또한 그 나름대로 마음껏 누렸던 시간이었다. 끝나고 나서는 또 엄청난 음식과 알콜 흡입. ㅎ





 


이글을 쓰는 동안 다시 떠올려보니 그때의 좋은 기억 때문에 대표님과 수석님등 여러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최근에 수석님과 연락할 일이 있었는데, 전해들은 소식에 의하면

그 부부, 사표 내고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ㅋㅋㅋ

아... 정말.